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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리뷰

노히트 노런의 기묘한 이야기

펌글입니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67&article_id=0000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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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트 노런. 모든 투수들의 꿈이다. 1회부터 9회 마지막 타자까지 어느 누구도 자신의 공을 안타로 연결 시키지 못하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대기록이다. 이런 대기록을 빅리그 두번째 등판에서 이뤘다면 이 선수는 다른 투수의 평생의 꿈을 단번에 이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주인공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망주 클레이 벅홀츠. 경기 후 인터뷰 첫 질문에서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amazing, amazing, amazing'이란 말로 답을 대신했다. 최소한 이 한 경기 만큼은 투수가 타자를 완벽하게 압도한 기록의 증거가 바로 노히트 노런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스트 시즌을 포함하여 이루어진 228번째 노히트 경기였다. 기록에 남아있는 메이저리그 첫 노히트 경기는 18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세인트루이스 브라운 스타킹스의 조지 브래들리가 하트포드 다크블루스를 2-0을 이긴 것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당시 마운드는 지금보다 가까웠기 때문에 현재의 거리에서 나온 최초 기록은 1893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빌 호크가 세운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메이저리그의 긴 역사를 감안하면 매년 평균 1~2회 정도의 노히트 노런 경기가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데뷔 첫 해에 이런 대기록을 세운 선수는 많지 않다. 벅홀츠는 신인으로서 20번째 노히트 경기를 기록했다. 특히 벅홀츠와 같이 2번째 등판에서의 노히트노런은 놀랍기만 하다.

228번의 노히트 경기 중 데뷔 첫 경기에서 기록을 세운 선수는 1953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보보 홀로맨이란 선수가 유일하다. 벅홀츠와 같이 2번째 등판에서 해낸 선수는 1991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윌슨 알바레즈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귀한 기록이 신인들의 성공을 보장하진 못한다. 오히려 마치 2년생 징크스처럼 이들을 괴롭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의 컬럼니스트 빌 싱어의 글처럼 지난 20여년간 노히트를 기록한 신인 투수들의 그 이후 행보는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홀로맨을 제외하고 벅홀츠부터 시대를 훓어 내려가며 노히트를 기록한 신인 투수들의 행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홀로맨의 경우 데뷔한 해가 빅리그에서의 마지막 해였다. 알바레즈의 경우는 좌투수로 불 같은 강속구를 뽐냈지만 2005년을 마지막으로 물러날 때까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14년간 104승을 거두며 처음 기대보다는 그저 그런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역시 기록의 주인공이 된 아니발 산체스는 어깨 수술로 시즌을 마감했다. 2001년 세인트루이스의 버드 스미스는 일약 노히트 경기를 펼치며 제2의 탐 글래빈이란 칭호를 들었지만 그 이듬해 1승5패의 부진을 보이며 마이너로 강등됐고 결국 은퇴를 하고 말았다.

99년 세인트루이스의 호세 히메네즈는 랜디 존슨을 상대로 노히트 경기를 펼치며 일약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지만 선발로 실패후 마무리로 뛰다가 30살의 나이에 조기 은퇴하고 말았다. 83년 오클랜드의 신인 마이크 워렌은 기록 달성에 성공하지만 그 이후 2년간 4승만을 추가한 채 역시 조용히 사라졌다.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 경기는 실력만으로는 이루기 힘든 기록이라 한다. 수비진의 도움, 포수와의 호흡, 자신의 완벽한 컨트롤등. 싱어가 위와 같은 선수를 언급한 이유는 90마일 중반대의 빠른 공과 타계한 데릴 카일을 연상시키는 낙차 큰 커브, 절묘한 타이밍의 체인지업등 훌륭한 무기를 장착한 벅홀츠 같은 투수가 이런 징크스를 깨고 롱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놀란 라이언의 7번의 노히트 경기, 돈 라센의 월드 시리즈 유일의 노히트 경기, 자니 반더 미어의 2경기 연속 노히트, 신시내티의 프래드 토니와 시카고 컵스의 히포 본의 한 경기 유일한 두 투수의 9이닝 노히트 경기, 노히트를 펼치고도 패전을 기록한 켄 존슨등 노히트에 연관된 기록은 풍부하기만 하다.

노히트 경기를 펼친 선수나 이 경기를 지켜본 팬들 모두에게 평생의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투수들의 꿈이라고 하여도 노히트 경기와 자신의 야구 커리어를 바꾸려는 투수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꾸준한 성적을 쌓으면서 얻어진 노히트와 정말 그 날의 컨디션과 경기 운으로 얻어진 노히트는 기록상으로 영원히 같은 노히트 경기로 남겠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벅홀츠와 같이 젊은 투수의 노히트 경기는 분명 짜릿하다. 이 투수에겐 영원한 훈장이 될 것이고 많은 팬이 오랫동안 그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노히트만으로 기억될 수는 없다. 꾸준한 성적과 자신 관리로 주어진 재능을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야구에 대한 재미를 주는 더 큰 임무를 받은 선수가 되어 노히트를 기록한 선배 루키 투수들의 징크스를 깨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